
서론
산업기술 분야에서는, 원천기술 R&D와 응용기술, 산업분야 양산적용까지 파이프라인이 길고, 상호 연계성이 떨어져서 상업적 효율성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이 있다. 제약분야 등은 특히 이러한 특성이 매우 잘 드러난다.
산업정책 분야에서도 유사한 사례들이 발견되곤 한다. 많은 정부출연 국책연구기관에서 정밀한 분석을 통하여 정책적 제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정책
실무 분야까지 충분히 전달되고 효율적으로 시행이 되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정책집행 분야의 정책실무자(practitioner) 까지 제대로 전달이 되고, ‘통역’되고 있지 못하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며, ‘부뚜막의 소금도 넣어야 짜다'는 격언이 있듯이 missing link를 찾아서 연결해 주는 일이 시스템 차원의 효율을 극적으로 높여 줄 수 있다. TP의 정책기획단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타겟팅을 해서,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산업연구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전기연구원... + 정책실무자+지역기업) 산업기술분야와 산업정책분야의 연결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소방안전 관련 규제, 대기오염 탄소배출 관련 규제, 정책이 친환경 산업기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비근한 예로, 우리집 냉장고에는 무지개 색깔을 한 반 원모양의 스티커가 있고, 검은색 화살표가 어느
지점을 가리키는 에너지소비효율 등급 표시가 있다. 냉장고를 구매할때, 우선적으로 이 스티커를 살펴보고 최종 구매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아마도 냉장고 제조사들의 에너지효율성 증대를 위한 기술개발의 강력한 동인으로 작동되었을 것이 자명하다.
최근의 카카오 차량공유서비스, 블록체인 등 다양한 신산업의 문제에서 드러나듯이 산업정책분야의 혁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기존의 R&D중심의 산업혁신 구도에서 나아가, 산업정책 혁신의 중요성 그리고, 지역혁신기관에서 정책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전략방향을 세워야 할지에 대해 생각을 대략 정리해 보려한다.
규제의 두가지 측면 (작위와 부작위)
이를테면 ‘작위’에 의한 살인이 있고, ‘부작위’에 의한 살인도 있다. 많은 규제와 정책들이 ‘기업가적 혁신적 산업기술'을 죽일수 있다. 중세시대에 유럽에서 잘 깨지지 않는 유리제조 기술을 개발한 혁신가가 이 사실을 곧 바로 영주에게 알리고 성과를 확산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내 그 영주는 그 혁신가의 목을 쳐버리고, 이 기술을 영원히 함구해 버리는 어이없는 결정을 내린다. 유리가 깨져야 수요가 지속되고, 기존의 부를 지킬 수 있다는 근시안적 어리석은 판단이 이런 참사를 불러온 것이다. 얼마나 어이없는 일들이 지속되어 왔는지는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규제의 작위적 측면에서의 사례는 이밖에도 너무나 많다
하지만 이처럼 명시적으로 구시대적 관점에서 신기술의 엄청난 잠재가치를 억누르고 있는 규제가 있는가 하면(작위적 관점), 제대로 된 가이드, 지침을 제시해 주지못해서, 산업혁신이 시장실패로 인하여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부작위적 관점). 전기차가 내연기관보다 먼저 상용화 되었지만 사장되어 있다가, 최근 들어 탄소저감 배기가스저감 정책이 강력하게 시행되면서 화려한 부활을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볼 수 있다. 탈원전 정책, 탄소저감정책 등이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강력한 동인이 되고 있으나, 안정적인 가이드라인 지침을 주지 못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민간투자가 위축되거나 태양광발전 떳다방 같은 부작용이 속출하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다.
지금까지 전통산업들을 관리하는데 대부분 규제는 방어적 입장을 취해 왔다. 예를들면 환경오염을 막는다든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레드라인을 최소한으로 치고, 이부분을 넘는지 여부를 가지고 ‘단속'하는데에 주로 주안점을 두었다. 나머지 영역은 시장 자율에 맡겨서 자유경쟁을 통해 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신기술기반 신산업의 상당부분은 불확실성이 매우크고, 밸류체인도 복잡하여 시장의 주요 참여자들의 협업의 틀을 갖추는데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시장 자율에 맡겨 두기에는 효율성이 낮아지므로, 정책분야에서 리딩해서 가이드라인, 큰 틀을 만들고 ‘장'을 펼쳐줄 필요가 있다. 이른바 규제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영역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 사례
환경부는 전통적으로 방어적 입장을 취해왔다. 축구게임으로보면 수비수의 역할이 컸으며, 적극적으로 가치를 만들어내는데 관심을 두는 공격수의 역할은 주로 산업부 같은 부처에서 맡아왔다. 하지만, 친환경 기술, 산업의 잠재성이 커지는 요즘은 환경부와 산업부의 협업에 의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당국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를 반납하라고 명시하고, 재활용 재사용을 하라는 지침을 준것 까지는 훌륭하다. 안그랬으면 무분별하게 소중한 자원이 중국등 해외로 유출되거나 환경오염, 안전사고의 위험을 안고 무분별하게 방치되거나 매몰되는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속출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환경부의 전통적 역할은 여기까지 했으면 그만이었다. 그 이후 단계에서는 민간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기존의 규정 (화관법, 환경영향평가법 ….)만 준수해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수준에서 자율적으로 사업을 하라고 ‘방치' 해 둔 것이다.
어느 민간 기업(인선모터스)이 이 판에 뛰어들어 반납 관련 일부 업무들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나서서 ‘대행'을 하고 있었지만 딱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결국, 반납된 배터리는 의도치 않게 독점적으로 수거되고 한군데 ‘쌓여만’가고 있는 웃픈스러운 현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배터리를 받납받은 시도지사의 정책 당국자들은 이를 어떻게 활용해서 산업화 하는지에 대해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이 없어서 막막하다.
사업화에 관심이 있는 민간 전문기업들도 관련 기술을 개발해 놓고는 막상 지자체에 반납받은 배터리를 어떤 방식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 막막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대학도 연구기관(네이쳐지에 논문 을 내는 MIT출신 포스텍 교수)도 ‘배터리 리사이클링' 이라는 매력적인 분야에 대해서 관심은 많지만 ‘장'이 서지를 않아서 주요 혁신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협업의 틀을 짤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가 어려웠다. 이러한 영역은 전형적인 ‘정책의 부작위'에 의한 신산업활성화 애로현상으로 볼 수 있다.
위의 전기차 배터리 사례에서보면, 주요 정책연구소에서 훌륭한 분석을 통해 보고서들을 수년전부터 쏟아내고 있었고, 언론, 시장분석기관 등에서 훌륭한 정보와 insight를 정리해 놓았었다. 하지만, 정작 칼자루를 쥐고 있는 환경부 정책당국자, 지자체 담당자 들은 현업에 허덕이면서 이들 자료를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자기 업무에 어떤식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 고민할 여유가 없었고, 이 분야의 전문성도 부족했던 것 같다.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여 배터리 분야의 비전문가, 정책분석 역량도 경험도 부족했던 TP정책기획단에서 기존의 구슬들을 꿰는 일, 즉 missing link의 ‘연결'에 집중하여 단기간 노력한 결과
어설프지만 ‘판'이 펴졌고, 여기에 많은 각 분야별 ‘전문기술자'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판'은 점점 커졌고, 튼실하게 진화되어갈 수 있었다.
결론
산업정책 기초R&D (산업연구원 등 국책연구원, SERI … ) -> 지역산업정책 실무 당국자와의 연결 (응용R&D) -> 산업기술분야 기업체와의 연결, 구체적 적용 (상용화 개발) 까지 이어지는 link 작업이 TP정책기획단이 집중해야 할 분야이다. 이른바, 산업정책의 상용화 필드 적용전문가로서의 포지셔닝이 중요하며 가치를 배가할 수 있는 좋은 영역이라고 생각이 든다.
사전 문헌 검토과정에서 우리와 유사한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경남발전연구원에서 수년전에 우리와 비슷한 의도를 가지고 일부 작업(배터리 리사이클링 센터 구축 기획)을 시도했던 흔적을 찾을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최종적으로 전체를 꿰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요소요소 다 만들어 놓고 연결을 시키지 않고 있는 수많은 보물들이 이것 말고도 얼마나 많이 널려있는지 모르겠다. 특히 정책분야와 기술분야의 연결은 정말이지 4차산업혁명 시대 가장
중요한 핵심분야중의 하나라고 본다.
세계적으로 보아도, 역사적으로 보아도 정치발전과 기술발전 그리고 경제발전이 한축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새삼스럽지 않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정책’과 ‘기술’ 그리고 ‘산업’을 터치하고 있는 ‘규제자유특구'사업은 대단히 중요하며 지역 혁신기관에서 기획을 하는 사람들이 전략적으로 집중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