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마저도 더위를 전하는 순간 문득 정신이 든다.
아 벌써 계절이 바뀌었구나…
이제는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시간 DNA가 나와 함께 나이를 들어가면서 체감 시간은 점점 빨라진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서른 살. 어릴 적엔 하루라도 빨리 이 나이가 되고 싶었다. 하나의 목표를 끝내는 전환점이자 새로운 2분기의 시작점이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냥 ‘내일’인 것이다. 오히려 주변사람들의 인사말 같은 깨달음이 살짝은 서글퍼질 뿐이다. 그럴 때면 고리타분한 습관을 시작한다. 최신 노트북에서 케케묵은 영화 한 편을 꺼내는 것이다.
‘쇼생크 탈출’
멋들어진 고전도 많은데 이 영화로 되돌아오는 것은 앤디 듀프레인의 당당함 때문일 것이다. 최고의 위치에서 최악의 범죄자로 전락한 인물이자 롤모델로도 꼽을 수도 없는 탈옥수인 이 인물은 헤어 나올 수 없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순응하지도 반항하지도 않고 마치 물 흐르듯 변화시키는 마법을 부리는 것이다. 자신에게 확신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능력.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이었다. 이제 겨우 사회인으로 햇병아리인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 ‘참 세상 내 맘 같지 않다’는 하소연의 대답인 것만 같다. 모든 걸 잃어도 괴로운 일이 있어도 꾸준히 자신의 신념을 따라 행동하고 기회를 포착했을 때 놓치지 않는다. 항상 더 나은 미래를 기대했고 세상의 불합리함은 언젠가 해결된다고 믿었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그런 그였기에 이토록 오랫동안 이 영화에서 그의 모습에서 힘을 얻는가 보다.
영화를 좋아한다. 수다도 독서도 좋아한다. 누군가와 직간접적으로 경험을 공유하며 발전되어갈 나 자신과 즐거울 내일이 있길 희망하는 것이 나는 참 좋다. 절대 사라지지 않는 좋은 것, 그 희망의 여행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