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테크노파크 2017 웹진
Vol.4(통권 6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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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솔방울 홀씨가 바람에 날려 와 갈대밭에 떨어졌다.
갈대는 무럭무럭 자라서 사람 키를 훌쩍 넘겼지만,
작고 여리게 움이 돋아난 소나무는 여전히 키가 작고 호리호리해서 볼품이 없었다.
이래가지고 살아남을 수 있겠나...ㅠㅠ
바람이 불때마다 장대한 갈대들은 서로 가지를 부딪치며 호들갑을 떨었다.

"저 아래에 있는 이상한 풀 좀 봐,, 몇 달이 지나도 키도 안 크고 잎사귀도 몇 개 나지를 않았네? 까르르~"

소나무는 철저히 무시되었고, 어둡고 눅눅한 '아래세상'에서 고독을 씹으며, 갈대들이 실컷 받아 마시다가
이따금씩 흘리는 햇살 부스러기들을 주워 먹으며 겨우겨우 연명해 나가야 했다.

찬바람이 불고, 겨울이 왔다. 기세등등하게 뻗어 나가던 장대한 갈대들은 순식간에 말라버리기 시작했고,
눈바람에 꺽여서 모두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가늘고 호리호리하게 솟아 나온 소나무는 찬 서리를 맞으면서도
꿋꿋이 살아남아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가늘어서 끊어질듯하지만 색이 진한 나이테를 그리며, 일년 일년 이런 일이 반복되었다.

세월이 흘러, 십년이 몇번 지나고 나서,,,
이 갈대밭에는 키가 훌쩍 큰 소나무 한그루가 장대하게 서 있었다.
한여름, 기세등등한 갈대들이 한창 키를 키울때 조차도
이제는 도저히 소나무의 거대한 덩치를 당해낼 수 없었다.
점차로 소나무의 그늘에 가려서 갈대들은 위축되었고,
소나무에는 무수한 솔방울들이 나와서 땅에 떨어지고 예전의 움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여전히 여리고 호리호리한 어린 소나무들이었지만,
갈대들은 더 이상 이 '풀'들을 깔볼 수 없었고 무서워하기 시작했다.

십년이 수십 번 지나고,,
이 갈대밭은, 마침내 사시사철 울창한 솔밭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 솔밭에 바람이 불때마다, 오래된 늙은 소나무는 솔잎을 흔들며 자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얘들아,, 나무가 풀보다 키가 큰 이유는,,, 겨울을 이겨내기 때문 이란다"

Editor Profile 박성근
박성근 기술경영
경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