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 글로벌 자동차 판매 1,2위를 다투는 도요타자동차의 회장은 자신이 가장 부러워하는 회사로 현대자동차를 꼽았다. 왜냐하면 현대차는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절대 변하지 않는 독점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철옹성일 것 같았던 현대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2016년 36%까지 추락하였고 수입차의 점유율은 점차 증가하여 현재 16%에 이르고 있다.
현대차의 점유율 하락과 수입차의 점유율 증가 현상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현대자동차는 1970년대 국산품 애용이라는 국민정서 속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IMF 시대에 분노한 일부 국민들이 수입차에 ‘매국노’라고 낙서하는 일까지 있었을 정도로 우리들은 국산차, 특히 현대차에게 일방적인 사랑을 주었다. 그러나 삼성폰과 아이폰을 구입하는데 있어서 국산품 애용정신을 먼저 이야기하는 국민들은 없다. 오직 삼성 폰의 품질이 따라 주었기 때문에 점유율 1위가 가능했던 것이다. 아반떼-소나타-그랜저- 에쿠스 자동차 구입 계보는 우리 머릿속에서 사라졌고, 소형차로는 MINI나 JUKE에, 중형차로는 Lexus나 BMW에 더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많다.
둘째, 국산차는 수입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였다. 그러나 FTA 협정에 따라 2016년부터 유럽차와 미국차에 대해서 자동차관세가 0%가 되었다. 또한 국산차도 품질 경쟁력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고가의 정책을 펴고 있다. 따라서 경쟁모델에서 수입차와 국산차의 가격 차이는 현재 10% 이내이고, 따라서 더 이상 가격 경쟁력으로 국민을 국산차로 유인할 수는 없게 되었다.
셋째, 국민들은 자동차가 고장이 났을 때 가까운 A/S 센터로 가서 저렴한 가격으로 차를 고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A/S 정비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는 국산차를 선호한다. 현재 수입차 A/S 센터가 한정되어 있고, 부품이 비싸서 수입차 수리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동차의 품질이 매우 향상되어 과거에 비해 고장 및 수리횟수가 현격히 감소하여 자동차의 A/S의 필요성이 크게 낮아진 것도 사실이다. 더군다나 수입차의 점유율이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수입차 A/S 네트워크도 점차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자동차 A/S가 소비자의 초기 자동차 선택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인은 되지 않는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문제점은 비단 국산차 점유율 하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자동차 생산국에서 2005년부터 11년 연속 빅 5 국가였으나 2016년 인도에 밀려 빅 6로 쳐졌고, 2017년 현재 멕시코에게도 거의 따라 잡혀 이 자리마저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더 큰 위협은 100년 넘게 이어진 내연기관 자동차의 종말이 다가온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리싱크엑스 보고서에 따르면 “내연기관 자동차는 2020년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하여 2030년에는 자율주행 전기자동차로 대체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더군다나 자동차 소유의 개념이 개인 소유에서 카세어링(carsharing) 방식으로 변화하여 연간 자동차 운행거리가 기존 16,000~32,000km에서 160,000km로 증가하고, 이에 따라 자동차 등록 대수는 미국기준 2억4,700만대(2020년)에서 4400만대(2030년)로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한편 울산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경산, 진량, 경주 등 경상북도 지역은 성서, 달성지역을 포함하여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부품업체가 산재한 지역이고, 경상북도에서 자동차부품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산업에 비해 생산액과 종사자 수 측면에서 월등히 높다. 국산 자동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서 내연기관 중심 현대자동차 협력업체가 대부분인 경상북도 자동차부품 산업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우선, 말할 것도 없이 현대자동차에게만 예속되어 있는 자동차부품 판로 구조를 다각화시켜서 다양한 브랜드의 글로벌 완성차 기업으로 확산해야 한다. 그리고 내연기관 전용으로 한정된 자동차 부품 생산을 전기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에 필요한 부품 생산으로 확산 및 전환해야 한다. 더 나아가 기업의 주된 생산품을 자동차 부품으로만 한정짓는 것이 아니라, ICT 데이터 기반의 4차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아이템(item)을 발굴하고 이를 확대 생산하여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만약 기존 자동차부품 기업이 자동차관련 분야가 아닌 전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려고 한다면, 회사 내에 새로운 팀(TF)을 조직하고 전문가를 영입하여 처음부터 연구를 시작하는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도 못할 뿐더러 효율적이지 않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1인 기업 혹은 단지 몇 명이 모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창업하는 일이 매우 활발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새로운 분야 도전 기업에서는 충분히 시장조사를 하고 기업의 미래를 먹여 살릴 수 있겠다고 판단되는 새로운 분야를 결정한 후에 이와 관련된 분야의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startup) 기업들을 물색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여 이 회사를 인수한 후 기존 회사로 합병하여 새로운 분야를 도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