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좋아하는 배우자를 만나 틈만나면 서너편의 영화를 외장하드에 다운받아와서 제목과 줄거리를 얘기하며 운을 띄운다. “재밌겠지? 같이보자!” 보고싶지 않아도 같이 봐주기를 6년째. 이젠 우리둘의 공동취미가 되었다. 히든피겨스는 1960년대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개발 경쟁에서 미국의 승리를 이끌었던 NASA 프로젝트 숨겨진 천재들의 실화를 다룬 영화이다.
타고난 천재성으로 백인, 남성중심의 NASA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세 흑인여성의 이야기로 흑인에 대한 차별을 영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지다. 하지만 영화 속 천재 흑인 여성들은 당당하게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며 자칫 답답하고 짜증날 수 있는 흑인여성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며 관객들에게 용기를 전한다.
천부적인 수학능력자 흑인여성 캐서린 존슨, NASA 흑인 여성들의 리더이자 프로그래머 도로시 본, 흑인여성 최초의 NASA엔지니어를 꿈꾸는 메리 잭슨. 이렇게 세 명이 주인공이다.
영화 곳곳에 속 시원한 사이다 같은 에피소드 진행으로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는데 특히 캐서린이 비를 맞으면서 흑인여성 화장실까지 힐을 신고 전력질주하여 다녀온 뒤 서러움을 토해내며 항의하는 장면, 그 후 흑인 화장실 간판을 시원하게 부숴버리고 나사에선 화장실 구분은 이제 없다라고 할 때, 판사를 설득시키는 메리젝슨 ‘최초로 판사님이 선택하시면 가능합니다. 어떤 심리가 판사님을 최초로 만들까요?’ 라고 판사가 절대 거절하지 못하도록 설득할 때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여운이 남는 장면이었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늦은 시간에 영화를 보게 되면 이틀에 걸쳐서 나눠 보곤 하는데 오랜만에 가볍지 않은 내용이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가 끝날 때 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본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