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쿤데라의 평소 팬이었던 나는 실로 오랜만에 그가 장편소설을 낸다는 말에 한동안 흥분감에 매료되어 있었다. 평소 이 작가는 존재에 대한 고민과 또 그 이면의 가벼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즐기는 냉소적이면서도 유머 있는 서체로 반세기 동안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오른팔 한켠에 이 책을 움켜지고 휴가지에서 기대 반 설렘 반으로 한 장씩 읽어 내려갔다. 역시나 문장 하나하나가 냉철하고 의미심장해서 읽기가 쉽지 않았다. 몇 번을 반복해서 읽어야 본 뜻을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삶의 무의미, 무의미의 가치, 농담과 거짓말에 대해 전하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알랭, 라몽, 샤를, 칼리방 4남자의 이야기, 특히 알랭과 자신을 유산하려했던 엄마를 이어주는 배꼽이야기, 구소련의 통치자인 스탈린과 그의 협력자간 자고새에 대한 농담 등이 주요 플롯이다. 자세한 줄거리는 차지하겠다.
우리가 특별하다고 생각하던 것은 실은 무의미 한 것이고, 우리가 무의미 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존재의 본질이 아닐까 하는 철학적 고민에 빠지게 하는 물음표를 나에게 던져 주었다. 한때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유행했던 ‘다~의미없다.’라는 말이 있었다. 아마도 우리는 하루하루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며 사는 것은 아닌지, 의미의 홍수 속에서 자아를 찾고 내 존재의 가치를 증명해보이려 발버둥 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늘 진지함속에서 살아가야 만하는 현대인의 숙명 속에서 본 책은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형식, 틀, 매뉴얼, 보고서 등의 서류더미에서 벗어나 한번쯤 일탈해도 괜찮아! 라고 조용히 응원하는 것 같다.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것, 즐기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우리 내면의 벌거벗은 자화상에 조용히 귀기울여보고, 그것에 충실해보는 것을 어떨까 한다.
‘하찮고 의미없다는 것은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하지 않는 곳에서도 최악의 불행 속에서도 말이에요, 우리 앞에 무의미는 절대적으로 아름답게 존재하고 있어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무의미를 들어 마셔 봐요, 그것은 지혜의 열쇠이고 좋은 기분의 열쇠에요. _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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