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라는 쓰나미에 휩쓸려 표류하다 지쳐 떠난 필리핀 세부&보홀 자유여행 중 기억에 남는 것을 적어보려 한다.
필리핀에 처음 가는데 운이 좋아서 인지 왕복항공권을 약 12만원에 예약할 수 있었고, 퇴근 후 부산에서 밤 비행기로 출국하여 세부에 1~2시 사이에 도착했다. 처음 세부에 도착해서 느낀 것은 밀레니엄시대의 서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발전되었다곤 하지만 아직 많이 낙후함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세부&보홀은 관광의 메카답게 수많은 여행지가 있다.
그중 최고와 최악을 표현하고 싶은 곳은 발리카삭 스노쿨링이다. 큰 보트를 타고 발리카삭 섬으로 가서 현지 가이드와 산호초, 바다거북을 구경하는 스노쿨링 투어이다. 이때 작은 카약에서 물위에서 물속 바다거북이 헤엄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실제 물밑 3~4m 밑에 거북이가 보일정도로 바닷물이 정말 깨끗하고 투명하다. 스노쿨링하면서 약 20마리 이상의 거북이를 만날 수 있고, 각양각색의 산호초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벤트 겸 사건으로 투어 여행사가 스노쿨링 즐기던 우리를 발리카삭에 놔두고 보홀로 가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약속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나는 아직도 가이드가 우리에게 했던 말이 기억에 생생하다. “너 배 간다!” 이 짧은 한국말이 잊어지지가 않는다. 그렇게 우리는 섬에 버려졌고, 침착하게 작은 보트를 타고 지나가던 현지인에게 돈을 줄 테니 저 큰 배를 따라가 달라고 해서 해상추격전을 벌인 추억이 있다. 추격비용으로 1500페소를 여행사가 지불했다. 이번 사건으로 느낀 점은 여행 중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도 침착함과 돈만 있음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오슬롭(고래상어)&투말록 폭포였다. 귀엽고 거대한 고래상어가 입 벌리고 다가오면서 몸통박치기 하고 지나갈 때 정말 실제 영화 죠스를 보는 것 같은 짜릿하고 재미있는 체험이었다. 투말록 폭포는 딱 이국적인 폭포로 연인 또는 가족에게 인생사진을 남길 수 있어 한번쯤 가보시길 추천한다. 단 세부시티에서 매우 멀리 있다.
이번 여행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곳은 알로나 비치에서의 여유이다. 보홀에서 알로나비치가 가장 유명한 곳 중 한 곳으로 우리나라 바다와 다른 느낌의 바다이다. 우리나라 바다는 다른 파도끼리 싸워서 깨지는 시원한 바다라면, 보홀의 바다는 자연적인 잔잔한 흐름의 평온함과 따뜻한 느낌을 준다. 5일간 이런 바다를 보며 아침과 저녁으로 잔잔한 파도 노래를 들으며 맥주한잔의 여유는 처음으로 느껴보는 휴식의 진정한 뜻을 몸으로 느껴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기계도 무리해서 사용하면 고장 나듯 사람도 잘하려고 무리하면 무뎌지게 되어있다. 그래서 더 잘하기 위해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일 농사에서 해거리라는 말이 있다. 특정 해에 열매를 너무 많이 맺고 나면, 다음해에 열매를 별로 맺지 않는 다는 것이다. 나무가 쉬지 않고 열매를 맺다보면 기력이 다하게 되어, 해거리를 통해 과감히 열매 맺기를 포기하고, 재충전의 시기를 가진다는 말이다. 나에게 이번에 갖은 휴식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해거리 같은 시간이었다. 그 시간으로 나, 그리고 주위 둘러보고 또 일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개인적인 다짐을 하나하게 되었다. 최소한 1년에 한번은 완전한 휴식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을 갖기로 그래서 지쳐서 포기하지 않기로 말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분들께도 한번쯤은 완전한 휴식을 권해 드리고 싶다. 달궈진 엔진의 시동을 잠시 꺼두고 자신과 주위를 둘러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