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테크노파크 2018 웹진
Vol.7(통권 68호) ■

38542 경상북도 경산시 삼풍로 27
(삼풍동 300)
TEL : 053 · 819 · 3000
FAX : 053 · 819 · 3019
들어가며

객관적으로 볼 때 키도 크고 힘도 훨씬 세며 공격무기와 방어력도 출중한 골리앗이 다윗에게 패배하였다. 더군다나 이 사건은 초자연적인 기적을 동원한 종교적 신화라기보다 실제로 누구나 납득할만한 과정을 거쳐서 역사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다. 요약하자면 결과는 기적이었지만 과정은 지극히 합리적이었기 때문에 종교적 의미 외에도 살펴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표
경쟁의 방식

처음에는 다윗도 골리앗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려 하였다. 놋투구, 갑옷 등의 방어장비와 당시 최고 무기중의 하나였던 칼을 빌렸던 것이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았고, 더욱이 사울왕은 체격이 훨씬 커서 몸에 맞지도 않았다.
결국 경쟁의 방식을 바꾼다. 즉 힘의 세기와 방어력의 강도의 측면이 아닌, 빠른 속도와 효과적인 무기, 막대기와 무랫매 돌이었다. 막대기는 아마도 상대방의 방심을 조장하는 전시용이었을 것이고 후자는 주머니에 숨겨둔 치명적인 비밀병기였다. 다윗이 무릿매를 들고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면 골리앗은 아마도 방패로 효과적인 방어를 하였을 것이다.

비전(전략)의 차이

골리앗은 다윗의 물리적 막대기만 보았고, 그에 대한 대응으로 그냥 비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전투상대인 다윗 한 명에게만 집중하여 그를 죽이겠다고 호언을 하였다. 하지만 다윗은 경쟁력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이야기 한다. 또한 향후 비전도 전투상대인 골리앗 한 명에 한정되지 않고 블레셋 군대 전체에 대한 응징과 아울러 전쟁의 본질적인 의미와 명분을 환기 시키고 있다.
비전과 전략의 측면에서 보면, 다윗과 골리앗은 노는 물이 다르다. 아예 체급이 달랐다.

전술의 차이

골리앗의 전략은 매우 작았고, 전술은 매우 크고 엉성했다. 그는 전략이랄 것도 없이 매우 근시안적이고 직관적인 통찰만을 가지고 있었다. 전술도 특별한 것이 없고 엉성했다. 그냥 쿵쿵거리면서 아마도 칼이나 창을 자신이 익힌 방법대로 휘둘렀을 것이다.
다윗의 전략은 매우 컸고, 전술은 매우 세심하였다. 그는 통 큰 비전과 선포를 했지만 실질적인 준비에는 매우 치밀하게 최선을 다하였다. 자신에게 가장 적합하고 가능성이 있는 무릿매를 핵심 무기로 선정하고 이를 철저히 숨긴다. 하나님께서 도와주실 것이라는 선포를 하지만 구체적으로 자신이 돌을 잘 던지며 하나님께서 내가 던지는 돌을 사용하셔서 골리앗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용모와 막대기를 이용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방심하도록 연막전술을 폈다.
또한 시내에 가면 물살에 연마되어 매끄러운 돌이 많이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시내에서 매끄럽고 적당한 달걀 크기만한 돌 5개를 준비하였다. 표면이 매끄럽지 않으면 돌이 날아가다가 공기저항이 심해져서 파괴력이 경감되고 또한 와류가 불규칙하게 형성되어 방향의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5개를 준비하였다는 것은 믿음의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그가 현실을 고려하는 지혜로운 사람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믿음과 ‘자기확신’의 문제, 돌 5개를 준비한 다윗

하나님의 명분을 위한 것이니 하나님께서 기적적으로 도와주실 것이라는 믿음(? 집착, 맹신, 자기확신)만 가지고 물매돌을 단 한개만 가지고 갔다면 과연 잘한 일일까? 그 한 개의 돌이 실패하면 그 다음 카드는 무엇인가? 무릎 꿇고 천사가 내려오기를 기도라도 해야 할까?
 요즘 최첨단 소총도 움직이면서 발사하면 표적을 맞추기 어려운데, 순전히 감을 의지하고 또한 당시의 풍속이나 돌의 형태에 따라서 물매의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뛰어나가면서 던진 첫 번째 돌이 빗나가거나 어설프게 맞았을 때를 충분히 감안해야 하는 것이다. 이때 주머니 속의 나머지 4개의 돌을 이용하여 재빨리 도망다니며 틈을 보아 후속타를 재빨리 장전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5개 이상이 되면 아마도 주머니에서 돌끼리 부딪히고 움직이는데도 부담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상대방에게 노출이 될 수도 있고 말이다.
하나님께서는 다윗이 물매돌 5개를 준비한 것에 대하여 불신앙, 믿음 없는 것으로 꾸짖지 않으셨다. 물론 1개만으로도 승리를 만들어주시려고 계획하셔서 나머지 4개의 돌이 별 쓸모가 없을 것을 알고는 계셨겠지만 미래를 알 수 없는 우리 인간의 입장을 잘 알고 계시고 충분히 이해하시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례에서, ‘하나님’을 절대적으로 믿었지만,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을 맹신하지는 못했던 것을 알 수 있다. 다니엘의 세 친구들 역시 우상숭배를 반대하여 용광로에 들어가게 될 때에 하나님께서 도와주실 것을 믿지만 만약 그리아니하실지라도 의지를 굽히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왕후 에스더 역시 금식기도 후에 목숨을 걸고 왕에게 나아갈 때에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를 하였다. 호주머니에 5개의 돌을 넣은 ‘인간’ 다윗의 현실적인 모습이 오늘날 나에게 너무도 위안이 된다. 성경에서 말하는 참된 ‘믿음’이 자기확신과 맹신은 아닐 것이다. 자녀가 병에 걸렸는데 하나님께서 고쳐주시리라 ‘굳게’ 믿고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기도만 쎄게 하는 사람이 과연 믿음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혹은 하나님께서 보호하신다는 것을 확신해서 자동차 보험을 들지 않고 다니는 사람이 과연 믿음 좋은 사람인가? ‘하나님’을 믿는 것과 하나님이 주시는 ‘것’을 맹신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자신의 욕망과 착각에 기초한 자기 확신은 하나님과 실존에 근거한 믿음과는 엄연히 다르다.
다윗은 high level에서의 훌륭한 명분과 비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치밀한 검토를 통하여 최선의 대비를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결과는 극적이게도 첫 번째 발사한 돌이 가장 치명적인 급소인 이마 한가운데 박혀서 완벽하게 승리를 거두었다. 이에 대한 해석은 관찰자의 신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무신론자들은 ‘행운’과 ‘우연’이라고 볼 수 있고, 신자들은 하나님께서 도와주셔서 ‘기적’을 베푸신 것이라고 해석을 할 수 있다. 필자는 물론 후자에 속한다. 반복되고 일정한 방향성(궤적)을 가지는 우연들의 배경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우수한 철기문명의 가나안 땅에 청동기 문명이 주류였던 이스라엘 민족이 한 두 번 우연으로 승리했을지 모르지만 결국 차례차례 거인들과 철병거를 가지고 있던 그 땅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나라를 건국하게 된 점도 그러하다.

나오며

전략, 비전과 통찰의 방향은 거대하게 크고 본질을 파고드는 깊이가 깊을수록 바람직하다. 하지만 실질적인 행동은 현실을 철저히 고려한 치밀한 매우 현실적인 전술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경쟁사와의 비교에서 자신의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경쟁의 기반을 이동시킨 점을 주목해야 한다. 더 크고, 더 세고, 더 튼튼하도록 경쟁하는 것으로는 도저히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비록 그 명분이 아무리 훌륭하고 비전이 놀랍더라도 말이다. 누가 더 빠른가, 누가 더 정확한 제어력을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로 경쟁기반을 바꾸면 다윗은 골리앗에 승산을 기대해볼 수 있고 최소한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추어지는 것이다. 다윗의 신체적인 약점과 전사가 아닌 목동으로서의 일천한 경험들이 오히려 핵심적인 강점으로 바뀌어지기 때문이다.

Editor Profile 박성근
박성근 경영학 (기술혁신경영)
정책기획단 정책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