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격랑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 파도의 모양은 각국마다 다르지만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초연결 사회를 꿈꾸며 하루가 다르게 혁신적인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보편화되면서 직업이 없어지고, 실업이 만연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으로 여가가 늘어나고 자율주행차, 로봇 활용으로 안전한 교통, 생산력 증대로 이어지면 일자리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단지 이동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낙관론자도 있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큰 변혁기를 맞이할 때마다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 바로 ‘일자리(Job)’ 문제다.
우리나라는 1997년 IMF금융위기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벤처정책’과 ‘테크노파크’라는 구원투수를 내세워 실업과 고용위기의 문제를 해결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스라엘도 1990년대 중동사태 이후 심각한 재정적 위기와 고용의 위기를 ‘창업국가’를 표방하며, 지혜롭게 극복한 나라다. 청년 실업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취업만으로는 근복적인 대책이 될 수 없어 창직과 창업을 통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 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그 때의 변화와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현재 국민 1인당 창업 비율이 가장 높은 ‘창업국가’로 성장했다. 인구 800만명 밖에 되지 않은 작은 나라가 어떻게 ‘창업국가’로 명성을 얻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창업국가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단어가 바로 Chutzpah(후쯔파 : 놀라운 용기), Davca(다브카 : 그럼에도 불구하고), Bitzu’ism(비추이즘 : 미지의 세계 개척정신)으로 대변된다. 그 중에서도 다브카(Davca) 정신이 가장 먼저 와 닿는다. 최근 이스라엘의 투자관계자들(VC)을 만나다보면 가장 많이 듣는 단어가 바로 다브카(Davca)이기 때문이다. 히브리어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뜻이다. 이스라엘은 이 단어의 뜻을 빌려 ‘다브카 문화’를 정착시켰다. 창업가들에게는 ‘그럼(실패)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극복하고 성공하겠다’는 간절함이 묻어 있는 단어다.
또한, 이스라엘 정보가 창업한 청년들에게 실패를 용인하고 도전에 따른 책임은 사회가 진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이는 이스라엘에서 창업은 개인 영리 추구보다는 공공 발전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결코 남의 실패를 비난하거나 책임을 묻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한 창업가에게는 실패라는 ‘경험자산’을 높이 평가해 첫 창업 때보다도 더 많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과 자금을 지원한다.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이스라엘은 매년 1,000개의 스타트업이 출현한다. 물론 이 중 2%만이 성공한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와 요즈마 펀드 등은 실패한 98%의 창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재원을 따로 관리하고 통상적으로 실패 이전보다 20%이상 많은 추가 지원을 제공하며, 창업기업을 성장시킨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수많은 국가에서 창업 실패는 이제 막 도전하는 스타트업에게는 씻을 수 없는 ‘주홍글씨’로 남는데 이스라엘은 관용으로 상처를 보듬어 준 것이다.
지난 4월 경북테크노파크 글로벌벤처동 1층에는 경북 요즈마 캠퍼스가 문을 열었다. 이날 참석한 요즈마 그룹의 이갈에를리히 회장은 이스라엘이 창업국가로 성장하는 것에 가장 큰 발판이 된 것은 바로 ‘방임’이라고 한말에 충격적이었다. ‘규제’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과 달리 창업국가의 숨은 비결이 ‘방임’이라니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우리나라도 많은 고용절벽을 타개하기 위해 수많은 일자리정책과 창업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여전히 새벽별처럼 잠시 반짝이다 사라져가는 것을 보면 창업에 대한 새로운 문화가 정착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특히 ‘주홍글씨’로 낙인된 용기를 잃고 방황하는 청년기업들에게 다브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관용의 문화가 정착되면 창업생태계에 새로운 지각변동이 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