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난 해 사보에 실었던 탭댄스 이야기의 후속이라고 하겠다. 그보다 확장편이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나의 작은 소망하나가 이루어져가는 과정이라고 하면 거창한 표현일까 굳이 그렇게 극적 표현을 사용하고 싶은 것은 나조차도 신기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재능을 가지고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오래된 생각 하나로 탭댄스를 배우게 되었고 우연히 봉사단에 소속되어 무대에 섰다. 그때의 공연 수익금으로 17년 12월 초, 저소득층 독거노인들에게 연탄 나눔을 하게 되었다. 봉사단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엿보다가 연탄 나눔을 한다는 소식에 아이들과 같이 참여 신청을 하였다. 배달장소가 ‘대구시 중구’라는 데에 적잖이 놀랐다. 번화가인 동성로와 대형 백화점이 자리 잡은 대로변 뒤쪽이 바로 우리가 배달할 곳이었다. 다닥다닥 나지막하게 붙어있는 집들에 갈 곳 없는 어르신들이 힘겹게 살아가는 곳이다. 연탄 트럭을 기다리는 중 양지바른 곳에서 꼬박꼬박 졸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하였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꼬리가 없고 엉덩이 부분이 짓이겨진 듯, 암 덩어리 같은 것들이 보였다. 그 고양이도 거처도 가족도 없이 외롭게 겨울을 나는 걸까?
연탄을 실은 트럭이 도착하고 우리는 일렬로 서서 낮고 조그마한 어르신들의 집안으로 연탄을 날랐다. 어릴 적 사용해보고 오랜만에 들어본 연탄이 꽤 무거워서 살짝 놀랐다. 연탄집게로 연탄을 갈고 다 타고 남은 재를 길 앞에 쌓아놨다가 눈이 내린 골목길에 부수어 깔았던 기억이 났다. 어르신들이 조금이라도 더 받고 싶어 하시는 모습에서 내년에는 활동을 더 많이 해서 좀 더 많은 가정에 연탄을 드릴 수 있기를 바랐다. 이 날 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처음 보는 분들이었는데 연탄을 옮기며 주고 받는 눈빛에서 한 마음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손발이 착착 들어맞게 합심하는 것을 보고 역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마음이 이렇게 조화로운 행동을 이끄는구나 싶었다.
가정에 연탄을 모두 나르고 평가회의 때 소감을 말할 기회가 주어졌다. 나의 소감은 이랬다. ‘봉사단과 함께 활동하게 된 것이 신기하다. 왜냐면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을 뿐인데 나의 소망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계획 없이 무작정 탭댄스를 배우다보니 주변의 봉사단에 귀가 기울어졌고 어느새 봉사단과 연결되어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 기쁘다. 앞으로 더 활발히 참여하고 싶다.’
생각만으로는 나의 삶이 꾸려지지 않는다. 생각을 행동으로 바꾸고 그 행동이 곧 나의 삶이 된다. 밋밋한 하루일과에선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힘든 과정과 어려운 순간들을 모른 체하지 않고 부딪히며 극복해가는 과정이 나를 굳건하게 만든다. 생각은 충분히 거창하게 할 수 있다. 생각이 거기서 끝나버리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나의 행동이 곧 나의 삶이듯, 행동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이련다.
p.s 이후, 요양원 방문 어르신 말벗, 세탁, 침구정리 및 청소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평소 CSR에 관심이 많은 나는 사내 직원들로 봉사대를 구성하여 산업단지 환경정화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음.